톼끼한테 쓰는 편지 #1

톼끼야,

나 꼼돌이야. 추석연휴인데도 우리 톼끼 완전히 파김치더라. 옆에서 애교도 못 떨고, 톼끼 하는 말 들어주지도 못하고 어떡해. 내가 너때매 전전긍긍이야.

아빠는 자꾸 나보고 페이퍼 시작했냐고 제촉이야. 실은 도착하고 난 뒤 너무 정신도 기력도 없어서 별로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데. 하루 하루 연명하는 게 왜 이렇게 귀찮지? 난 나 자신을 하루 세끼 멕이고 나면 승리의 춤을 추고 있어. (걱정마 – 지금까지는 잘 챙겨먹고 있어. 지난 7월과는 달리 식단을 만들기 보다는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제료를 사다 놓고 그날 그날 끌리는 데로 요리해 가며 먹고 있어.) 이제 슬슬 다시 대학 모드로 바꿔야지. 이렇게 동 떨어저서 어짜피 한국에 있는 톼끼나 양이나 못 도와 주는 거 아는데 그게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느껴질까.

한달 동안 북적거리다 갑자기 집안이 조용하니까 너무 이상해. 와서 바쁜데 친구를 두명이나 초대해서 노닥거린 것 (<-) 도 외로움을 좀 달래기 위해서였어. 다른 사람들이 내 집에 남기고 간 흔적을 보니까 그나마 좀 혼자라는 생각이 덜 들어서. 그런데도 뭔가 좀 허전하다. 안이 텅 빈것 같아. 겉으로는 아닌 척 하려고 애쓰지만…

나는 그래도 복 받은 곰돌이라고 생각해. 톼끼도 있지, 양순이도 있지, 오장육부 건강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.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거라고 이렇게 여기서 공부하고 있고. 한국에서 어른들께서 누누이 말씀하셨듯이 내가 고른 길이 잖아. 내가 해보겠다고 자청한거니까 어떻게든 끝내야지. 비록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나 자신을 졸립게 해야하고 밥 먹을 때 음악을 틀어 놓고 문 앞에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 마다 긴장하지만, 언젠가는 혼자 살아야 하는 거잖아. 물론 톼끼 품에 좀 더 오래 안겨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. 그렇지만 세상에 슬픈 일들이 그렇게 많은 데 내가 엄마 얼굴 못 본다고 징징 짜는 게 너무 사친 것 같아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. 난 아직도 왜 내가 사는지,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. 모르니까 일단 나 자신을 추스리며 지금 옳다고 생각 되는 것, 혹은 지금 할 수 밖에 없는 걸 하며 하루 하루를 연명할래. 후회하고 싶지는 않지만, 후회가 없단 건 실수가 없었다는 거고, 실수가 없으면 난 앞으로 전진할 수 없어. 그렇니까 실수투성이로 후회하며 눈물 닦으며 앞과 뒤, 양 옆을 바라 보며 살고 싶어.

톼끼 힘내. 내가 톼끼 많이 많이 사랑하고 내 사랑을 우주에 보낼게. 돌고 돌아 톼끼한테 다시 돌아가게.

나한텐 톼끼가 No. 1이야. 알지? 평생 사랑해.  너처럼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그래도 있는 게 어디야.

다음에 또 쓸게.

곰돌이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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